잦은 야외 활동과 불규칙적인 생활로 요즘 피부가 한 꺼풀 뒤집어졌었다. 화장을 하면 기초 화장을 하더라도 우둘투둘한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두껍게 하면 할수록 표면도 더 입체적으로 두꺼워지고.. 무엇보다 오후 2-3시가 되면 얼굴이 쓰라리게 아팠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덜컥, 10년치의 노화가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지난주부터 인터넷으로 관리실과 병원을 알아보고 주말에 방문할 병원 예약을 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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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피부과가 주로 영어가 많이 섞인 시술(IPL?ABC? 뭔가 많잖아..) 을 진행하고, 그 진행을 결정하면 6개월이든 1년이든 피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각오하고 방문한 것이었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싶기도 했고, 그럴 때가 지금뿐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순수한 동기와, 돈을 쓸 각오와, 기존에 그런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 삼박자로 작용하여 호구가 된 어느 슬픈 호구의 이야기...
병원에 들어가자 최초 방문이라 기본 정보(이름, 주소, 생년월일, 문제 부위, 이메일)를 적으라고 했다. 작성해서 제출하자 약관이 좀 바뀌었다고 문자 수신 동의문을 따로 주며 이것에 동의해야지 절차 진행이 가능하시단다. 스팸 좀 받지 뭐. 생각하고 그냥 동의하고,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자 원장님이 시간이 나신다고 바로 들어가서 상담을 시작하라고 했다. 입장하자 원장이라는 젊은 남자 의사와 인사를 하고 내 피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단도직입으로 바로 시술 이야기.
‘회원가입 서류 보니까, 모공이랑 여드름 흉터가 가장 신경 쓰인다고 쓰셨네요? 좀 봅시다. (돋보기를 얼굴에 들이대며 5초 정도 보며) 네.. 여드름 흉터랑 모공이 정말 심각하신 상태이신 것은 맞으시고요, 그래도 본인이 아니까 어떤 시술이 있는지는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오셨죠? 다들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병원 오시더라고요. 저희 병원 같은 경우는 신식 기기를 도입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런 시술을 권장 드리고,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되고...(5분 경과) 자 그럼 궁금한 점 있으면 말씀해주실래요?’
그래서 가격과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밖에 나가면 비용 상담만 전용으로 하는 여자 실장이 안내 해줄 것이라고 자기랑 말하는 게 아니란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했다. 그럼 시술 밖에 답이 없고, 정말 문제 부분 하나씩 고치는, ‘치료’ 방식의 진행은 불가한가요? 물론 그것도 되지만 돈은 시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들고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래 납득했다. 내 피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데, 의사라는 사람이 보장이 안될 수준이라고 하니까..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냥 내 피부가 심각하다는 소리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톤의 의사 소견을 듣고 나오자 여자 실장이라는 사람이 상담실로 나를 안내했다. ‘원장님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다 들으셨죠?’ 라고 하더니 계약서를 꺼내서 막 서류에 코스 같은 것을 기재하면서 나 같은 경우는 ‘6개월 코스로 진행하고 프락셀 3회 인트라셀 3회에 진정 관리 들어가주시고, 앰플 넣어주시고..’ 설명을 하면서 내 서류를 쓰고 있다. 내가 중간에 말을 자르고 뭔가 질문을 하면, ‘원장님께 다 들으신게 아닌가요?’ 라고 한다. 원장은 나보고 ‘인터넷에서 다 공부하고 오시던데 아닌가요’라고 한마디 하던데 음.. 그래서 그렇게 어설프게 가격 이야기를 마치고 당장 시작을 할 것인지, 날짜를 잡을지 이야기를 한다. 가격은 예상 했던 대로 백만 원 단위의 금액이 나왔는데, 이에 더한 설명이 가관이다.
‘고객님 같은 경우, 말씀 드린대로 진행하면 000만원이 나오시게 되는데, 진행 하신다고 하면 오늘 원장님 상담료 1만원은 빼드릴거구요., 그리고 이렇게 진행..’
잠시만요? 네 원장님 상담료? 그래서 물었다. 원장님 상담료 1만원이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들어가서 상담하신 것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그게 무슨 대단한 명목이라고 1만원 빼준다고 이야기를 그리 하시나 싶어서 물어봤다. 상담이 들어가면 무조건 그건 진료니까 상담료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전에 이를 공지 받은 일이 없는데 받느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하지만 계약을 하면 시술비에서 상담비 1만원을 빼준다는 것이다. 지금 이 단계에서 벌써 고객님 기분 나쁘게 하는데 이런 병원과 6개월 계약하고 오고 다니면서 시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원장은 내 얼굴을 손으로 만진 일도 없고, 내 얼굴에 약을 바른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래도 1만원이고 그게 규칙이고 사전에 말을 했건 안했던 내야 하는 것이란다. 그냥 그대로 일어나서 만원 결제하고 그냥 나왔다.
결국 그 소중한 아침에, 내 시간 들여서 맨 얼굴로 병원 걸어가서, 얼굴에 대한 디스 당하고, 영업만 당하고, 만원 내고, 내 개인정보, 스팸 동의문 받고, 그리고 그냥 나온 것이다. 일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역시 찌라시 일간지 양측 사이드 배너처럼 피부전문의 업계는 정말 그 수준으로 딱 썩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치료라는 게 아니라 그저 한 명이라도 더 잡아서 기계값 빼먹자 이런 분위기. 몰라 그냥 기분만 더러워졌다. 아니 차라리 정말 피부과가 ‘영업’ 전략으로 간다면, 사람을 보자마자 누르려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 고객이 기분 좋도록 만들어서 계약하게 만드는 것도 영업 아닌가? 처음 가보는 피부과라 좀 기대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태도나 여실장, 원장 말투나 날 보는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다녀와서 주변에 이야기 했더니 원래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립서비스라도 조곤조곤 해주고 내 얼굴에 좋다는 거 덕지덕지 발라주는 샵이나 정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다니련다. 너무 실망. 아.. 지금 이거 구청에 신고해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든다. 병원이라면서 이게 사채업자, 사이비종교, 다단계랑 다를 게 무엇인지? 사람의 약점 파먹으면서 그걸로 돈 벌어서 힘든 사람 더 아프게 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